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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VS 리그제

재미없는 경기는 존재한다

이 때 말했었다.

재미없는 경기는 실존하지만, 원래 스포츠라는 게 리그제고 ‘자기 팀 경기만 보는 게’ 정상이라고. 모든 경기를 다 보는 이스포츠 문화가 이상한 거라고.

야구에서도 수준 낮은 경기는 존재하지만 자신이 어떤 팀의 팬이기 때문에 1:0으로 이기든 2:0으로 이기든 8:7로 이기든 뭐든 다 재밌다.

다만 대부분의 야구팬이 좋아하는 건 1:0의 경기보다는 8:7처럼 역전에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고 홈런포의 짜릿함 안타의 짜릿함이 있을 때를 더 선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팀 팬은 어쨌든 이기면 재밌는 경기다.

이건 실사례로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는데, SK와이번스는 김성근 시절에 ‘노잼 야구’라고 타 팬들에게 비방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SK와이번스의 팬이 빠르게 늘어난 시절이 그 시절이다. 재미가 없으면 안 봐야하는데 왜 볼까?

다들 강한 팀, 우승하는 팀을 좋아할 대상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밌는 경기를 해도 정말로 특이한 수준의 급이 아닌 이상(예 : LCK내의 APK프린스) 주목을 못 받고, APK프린스 같은 주목받는 팀이 기깔나는 게임 만들어주는 거보다 그냥 2연속 우승 두 번 하는 게 더 팬을 잘 빨아들인다.

뭐 져도 재밌는 경기? 그딴 건 없다.

젠지가 팬이 없는 이유는 젠지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젠지가 못 하기 때문이다. 롤드컵 우승팀에게 못 한다는 수식어를 왜 붙이냐고 하는데 못 하는 게 맞으니까 못 한다고 하는 거다.

젠지가 롤드컵 우승할 때조차 LCK에서 우승해서 간 팀이 아니다. 아니 쟤네 또 롤드컵만 진출했네! 였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강팀이라는 이미지가 없는 상태에서) 우승까지 한 거다.

거기다 내가 아까도 말했듯이 “2연 우승” 할 때 팬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왜냐면 1회 우승으론 우승했다고 사람들이 크게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얘네는 LCK에서조차 우승을 못 했고 롤드컵에서 그저 우승 한 번 한 게 끝이었다. 뜬금없이 말이다. 그러니 성적으로 보면 롤드컵 우승까지 한 팀인데 강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고 그래서 팬이 없는 거라고 봐야한다.

여튼 팀 얘기를 조금 했는데 리그제는 결국 자기 팀의 팬이 자기 팀 경기를 봐주는 게 기본 베이스다.

 

하지만 대회의 본질적인 재미 자체는 토너먼트가 훨씬 재밌다.

초반에는 흥미가 약간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16강, 8강, 4강 이렇게 좁혀질수록 우승권에 들어갈수록 점점 강팀끼리 매칭이 되고, 점점 우승 상금이라는 절실함, 그리고 4강 이내로 좁혀들어오면서 만들어진 스토리 라인들을 풀면서 되게 재밌어진다.

(대회 흥행을 위해서는 인기 많은 팀이 있어야겠지만. 스타 개인리그에서도 조밥같은 애들만 있으면 리그의 흥행이 실패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 임요환이랑 홍진호가 붙어서 임진록 한다? 강민이랑 마재윤(..)이 붙어서 성전이 치뤄진다? 하면 난리가 났다. 그런 식으로 경기 하나하나에 스포트라이트가 가니까 그런 식으로 라이벌이 매칭되면 엄청난 주목을 해준다.

하지만 모든 팀이 번갈아가면서 N번씩 하는 리그는 별로 스토리라인이 잡힐 거도 없고 그냥 진행하는 많은 경기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닥 메리트가 없다. 하다못해 자기팀팬들조차 그렇게 중히 여기진 않는다. 뭐 질 수도 있지. 빡치진 하지만. 딱 이 정도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선 걸린 게 많다보니 그 이기고 지는 게 마치 돈 내기 많이 걸린 무언가처럼 여겨진다. 응원하는 팀들도 여기서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금 더 긴장하게 되고(WBC, 올림픽 야구를 생각해보면 된다), 약팀은 하위 단계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상위 리그로 갈수록 재밌어질 확률이 높다.

근데 결국 문제는

인기 많은 팀이 일찍 떨어지면 어떡하냐 는 게 대회 흥행에서 매우 신경쓰이는 부분이고, 대회 자체로 흥해야하는 게 아니라 대회를 보는 ‘팬’이 늘어나고 그 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본질적인 대회 파이가 커진다는 점에서 토너먼트 방식은 (계속 누군가가 떨어져야만 하니까) 그 부분에서 좋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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