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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그리고 더 많은 대화

이야기를 길게 하다보면 내가 오해하고 있었구나 깨달을 때가 있다.

 

길게 뭔가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거 생각나네

“얼마 전에 본 영상인데 참 인상 깊었다. 저대로 행동을 한다는 거다.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하지 못 한 수많은 부분들이 있으면서, 일면의 면면만 보고 자신의 기준대로 대충 생각해버린 뒤에 자기가 끼워맞춘 그 이미지대로 자신이 아는 대로,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그려버린다는 거다.

물론 나도 여기에 포함된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고 판타지를 가지니까. 내가 이런 행동을 싫어하긴 해도 나도 사람인지라 이런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걸 평소에 항상 이런 마인드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라고 썼던 적이 있는데 거기에 이 영상도 같이 올려놨었다.

우왁굳 생방 안보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차이점 – 귀엽고 역겨운 우왁굳 18화 (05:40 ~ 06:26)

“이제, 이런 인플루언서들이나 뭐 우리가 연예인은 아니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잖아. 그러니까 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사랑해주잖아. 그러니까 저 사람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니까 그냥 바보같이 헤 나는 사랑받는다 에 나는 사랑 받는당 아 조타 이렇게 하고 있을 줄 알고, 그렇게 그런 사람으로 생각을 해. 어 그리고 지가 그걸 딱 깔아놔. 대가리 속에. 어 그런 식으로 무조건 그렇게 얘기해.”

 

이게 꼭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는 부분이라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본 부분, 친한 부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부분만 알 수 있고 그 외의 알지 못 하는 게 정말 많다.

관계를 맺으면서 알고있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이고 그 외에 정말 많은 경험,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모르는 부분을 덧대어 보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타인이라는 것도 이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검은 부분이 있는데, 그에 대해서 우리가 “대충 이렇겠지”하는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진중권이 쓴 미학 책에서 인상깊은 문구가 딱 하나 있는데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과 “아는 대로” 그리는 건 다르다는 부분이다. 그런 거처럼 남을 판단할 때도 보이는 대로 생각하는 것과 자신이 아는 대로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결국 우리가 보이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아는 대로 생각을 해버리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마음대로 상상하면서 생각을 해버린다. 그래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너무나 많다.

이를 줄이려면 당연히 저 검은색 부분을 치우는 건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저 검은 부분을 치우려면 단 한 가지의 해결 방법 밖에 없다.

대화. 더 많은 대화 밖에 없다.

 

나도 보통 (나보다 아래인 사람에게)첫인상에 “병신새끼”라는 평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지내고보면 의외로 괜찮은 사람인가? 하는 식으로 이미지가 많이 바뀌곤 한다.

그러니까 군대를 예로 들면, 처음에 후임이 들어온다. 후임이 들어오면 내가 존나 말을 병신처럼 하기 때문에(좀 민감한 부분을 너무 쉽게 건드리기 때문에/배려가 없기 때문에) 엄청 기분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초반에 잘 해주고 신경 써줘도 대개 이등병 땐 엄청ㅋㅋㅋ 싫어한다. 근데 이게 항상 그 부분에 대해 매우 공통적이었던 게 뭐냐면 한 세 달 지나면 의외로 잘 따라준다는 점이다.

“그렇게 나쁜 사람 같진 않은데?” 라는 느낌.

내가 말을 좀 띠껍거나 거지같이하긴 하는데 그 사람을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좀 빡통이라 거기까진 배려를 못 해주는 거라.. 그러다보니까 지내다보면 뭔가 잘 사주고 편하게 해주고 그러니깐 좀 -100에서 시작해서 한 20~30까지 올라간다는 느낌? 뭐 대충 그런 느낌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졸라 기대를 안 해서 그냥 조금만 잘 해도 오? 하는 걸 수도 있고 내가 남이 아니다보니까 정확히 어떤진 모른다. 단지 그런 결과를 많이 봤다 이런 얘기다. (물론 끝까지 꼬와하는 경우도 있었음. 그리고 대부분 호감으로 바뀌는 애들은 내가 엄청 귀여워서 잘 대해준 애들임. 별로면 얄짤없었으니까 걔네는 나 별로 안 좋아했음ㅋㅋ)

서로 탐색전을 많이 벌일수록 서로에 대해 오해가 없어지니까 오히려 호감이 상승할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오해하는 부분 때문에 싫어하게 될 수 있고, 그 오해를 풀려면 더 많은 대화를 하고 그 모르는 부분에 대한 탐색전을 계속 해야한다.

 

근데 함정이 있다.

짜증나기 시작하면 쟤를 보기 싫다는 점이다.

군대에서도 저럴 수 있었던 건 꼬와도 억지로 봐야하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거긴 싫든 좋든 자대에 가면 전역하기 전까지 봐야한다. 그런데 바깥이었으면 이세끼 진짜 말 개꼽게하네 씨발럼이? 하고 다음 날부터 연락 안 하면 끝이다. 더 이상의 기회가 없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오해를 하기 시작할 때는 그 사람과 그렇게까지 친하진 않은 경우가 많다. 쟤는 이런 애겠지 쟤는 저렇겠지 하고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기준으로 판단을 내린다. 그럼 거기서 호감도가 떨어지고 그 사람을 멀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그게 오해더라도 오해를 풀 수가 없다.

 

이 뿐만 아니라, 가족 같은 경우는 계속 보는데도 오해가 쌓이는 관계다. 이는 가족과 대화가 하기 싫기 때문인데, 가족과 대화가 하기 싫은 건 대부분 나를 존중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과는 대화를 할 수가 없다. 내가 이러이러하다 라는 걸 설명하면 너는 이러이러해야해 라는 답변이 돌아오기 때문에 대화할 가치가 없고, 그러한 경험이 몇 번 쌓이다보면 아예 대화를 거부하기 마련이다. 꼭 가족이 아니라도 친구사이에도 무시하듯이 말하는 경우는 분명 있고, 이런 사람과는 깊은 대화를 솔직히 안 한다.

 

결국 우리가 누군가와 오래 잘 지내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누군가가 오해하는 부분을 꾸준히 풀어줘야하는 건데, 문제는 대화로 풀기 위해선 나도 상대와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있어야하고(혹은 상대도 나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하고), 상대도 내게 오해하고 있더라도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있어야(하고싶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해”를 풀 수 있다는 거지 아예 가치관이 다른 경우(극단적인 예로, 나는 머리깨져도 문재인 지지자야 너희는 병신이야 같은 가치관을 가졌거나 박근혜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다 석방해야한다!!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해가 아니라 팩트니까)는 해결방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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