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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

나는 내가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한 방향성을 공개적인 공간에서 말할 때가 많다. 이건 나의 고민이라기보다 나의 생각이 이러이러한 상태기 때문에, 내가 이런저런 고민을 해봤고, 그래서 방향성이 바뀌어서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게될 텐데, 그래서 여러분에게 미안한 행동을 할 거 같다는 변명이 대부분이다.

미안한 행동이라는 건 블로그 주소를 옮기거나 블로그 플랫폼을 바꾸거나 여하튼 구독자가 따라와야하는 불편한 행위를 말한다. 이 뿐만 아니겠지만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건 이 정도.

예전에는 그런 글을 그다지 쓰지 않았다.

예전이라는 건 04년부터 16년까지.

그 때 이러한 말을 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심심해서 하는” “아무 이득도 안 되는” 블로그 구독자 같은 요소가 내게 의미가 없었고, 구독자에게 내가 하면 하는 거지 네가 뭘 알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얘기.

굳이 블로그를 찾아와서 글을 읽어주는 구독자를 소중하다고 생각하질 않았다.

그래서 내가 설명해야할 필요도 느끼지 못 했고, 접으면 접을 거라고 띡 하나 남기거나 말도 없이 초기화를 하고는 했다. 옮기면 나 여기로 옮겼다 딱 이 정도.

변명을 자주 하기 시작한 건 17년부터였던 거 같다.

포스타입 맨 처음 쓰기 시작했던 시절.

지금이야 그 때 글은 없지만, 내가 하는 행동이 병신처럼 보일까봐 변명을 많이 하기도 했고(사실 따지자면 2016년의 유튜브가 가장 먼저긴 하다. 유튜브에 편집해서 영상 올리는 사람을 “너 진지하게 수익 바라고 유튜브하니?”라고 병신처럼 보던 시기였으니까), 글을 보러 와줬으면 해서 예전 블로그에 주소를 자꾸 링크하면서 찐따같은 어필도 했었다.

옮겼을 때 몇 번 보러와주는 사람이야 있었지만, 자주 보러 와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글 쓰는 스타일이 바뀌어서 그럴 수도 있고, 네이버 블로그에 이웃추가만 하면 되는 걸 RSS 추가해서 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야 잘 모르겠다.

그 때부터 “차라리 블로그 리셋 한 번도 안 했으면 흑역사는 남을지언정 무형자산은 남았을 텐데” 같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쓸데없는 글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구독자가 아무 의미가 없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은연 중에 들기 시작해서.

아마 꽤 시간이 지난 뒤 똘똘똘이 유튜브에서 “저는 엄청 좋은 기회를 얻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때 방송을 막 했어요. 방종할 때 고맙다는 말도 없고, 언제 방송 한다는 얘기도 없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조금 더 커졌기도 하다.

여하튼 그 뒤부터는 A 블로그에서 보는 구독자가 있으면 내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B 블로그로 옮길 때 그대로 따라와주길 바라니까 이에 대한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과정이 자주 발생했다.

내가 잘 했으면 정착했을 텐데 정착을 못 하니까 불만이 생기고 불만이 있으니 고민을 하게 되고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구독자가 편한 결정이 아니라 내게 편한 결정을 하게 되고 따라와주길 바라니까 변명을 길게 늘어놓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는 일이 많았다.

지금도 여전하다.

블로그는 4, 5개씩 있고 왜 이렇게 블로그를 많이 사용하는지 설명하고 있으며, 저 마다의 블로그에서 나를 변호하는 쓸데없는 변명도 종종 늘어놓고 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오늘 문득 했다.

운동을 하겠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결국 작심삼일로 끝나면 바보같은 사람이 되지만, 혼자서 운동하고 혼자서 운동 접으면 아무도 모른다.

운동과는 분명 다르다.

혼자 하는 일에 대해 난리법석을 떠는 일과, 자기가 하는 행동에 대해 불쾌감을 가질 수도 있는 사람에게 이해를 구하고자 변명을 하는 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같다.

결국 누군가는 내 변명으로 감정을 소모하게 된다. 감정 소모하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줬는데, 내가 또 엎게 되면 허무하지 않을까? 한 번 정도야 그럴 수 있지만 이러한 행동을 자꾸만 반복하면 상대가 바보처럼, 짜증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한 변명을 할 때마다 진지하게 들어주었는데 또 뒤집으니까.

연애상담에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고백을 하겠다면서 고백을 안 했거나, 조언을 들어놓고 행하지 않거나, 체념했다고 이제 신경 끄겠다고 말해놓고 계속 우울해하거나,

나도 그래서 모 님이 여자 얘기로 징징거릴 때 짜증났다. 어차피 자신의 감정에 갇혀서 계속 우울해할거면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습 별로 보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그런 걸 안 보려고 했는데 자기는 나를 봐야된다고 그랬고 결국 그래서 나도 봐야만 했으니까. 짜증났다.

타인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서만 감정을 겪고 있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행동이 여러 사건으로 인해 몇 달 간 우울한 사람처럼 변모하더라도 “뭐지 이 사람 요새 우울한가?”하고 말았지, 이 사람 짜증난다는 감정까진 느끼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럼 타인에게 고민과 고민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지 말라는 소리냐?

절대 그렇지 않다.

위의 상황에서 짜증나는 건,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자신이 방향성을 만든 뒤 이러한 행동을 하겠다고 말했으면서 정작 금새 엎을 때 짜증난다. 처음에야 괜찮지만 반복되면 짜증난다. 상대가 의미없는 말을 내게 늘어놓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말을 들을 가치가 있을까? 어차피 또 엎을 텐데.

내가 이 사람의 말을 도대체 왜 듣고 있는 걸까?

양치기 소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늑대 온대서 받아줬더니 늑대는 사실 계속 안 왔다. 말은 신뢰를 잃었고, 그렇게 되어버렸는데도 늑대가 왔다고 외치니 “시발 구라쟁이”하면서 열 뻗쳐 창문을 닫아버린다. 신뢰를 잃은 말을 내게 하면 좋은 감정이 들기 어려우니까.

하나의 방향성을 말하고 방향성을 꾸준히 지킬 때는 괜찮다.

어떠한 고민을 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방향성을 지킬 땐 괜찮으나,

어떠한 고민을 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방향성을 지킬 수 없을 때도 있다. 아니, 지킬 수 없을 때가 많다. 내 고민이 아예 틀렸을 수도 있고, 내가 방향성을 잘못 잡았을 수도 있고, 여하튼 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방향성을 엎어야 한다.

왜냐면 나는 그러한 방향성으로 직진할 수 없는 상태니까.

아무리 내가 공언했어도 내가 그러한 결론을 낸 이유가 있을 텐데, 이유가 사실 다른 이유였거나 환경이 바뀌어버린다면 결국 내 방향성도 수정할 수밖에 없다. 틀린 걸 알면서도 직진하는 게 가장 문제가 많으니까. 차라리 그제서라도 바꾸는 게 낫다.

그런데 한 번 고친다고 그게 제대로 고쳐지냐는 문제가 있다. 고치기 위해서 수정했지만 고칠 수 없다면 또 바꿔야만 한다. 사람 사는 일이 자기 생각대로 되진 않는다. 능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내 생각을 많이 바꾸면서 수정을 해나가야만 한다.

많은 사람이 주식을 “예측”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주식은 “대응”하는 거다. 내가 말하는 건 투자가 아니라 주식 얘기인데, 트레이딩에 가까운 얘기인데, 추세선 긋는 놀이가 정말 바보같긴한데 효과가 없진 않다. 적어도 10년 전에는. 그런데 “추세선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 그게 “안 먹히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트레이딩은 확률 게임이니까 먹힐 때가 있고 안 먹힐 때가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할까? 대응해야한다.

트레이딩은 이게 일반적이다. 하나의 예측을 평생 가져가는 게 아니라 예측을 해도 언제든 틀릴 수 있고 자신의 경험에 따라 대응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누군가가 2400이 고점이다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 그게 틀렸다. 그리고 또 2200이 고점이다. 그게 또 틀렸다. 그는 망했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자신의 예상이 틀렸을 때 방향성을 바꾸었다. 2400이 고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승 시그널이 보이자마자 그냥 롱으로 갈아탔고 이익을 냈다. 주식에서 돈을 크게 잃는 사람은 자기 예측에 너무나 큰 확신을 가지고 이상하게 흘러가는 상황인 걸 알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자기 포지션을 변경하지 못 하는 사람이다.

주식전문가가 2300대에 “너무 많이 올랐다”라고 인터뷰 했을 때 주식을 안 샀을까? 그들은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자마자 자기 발언을 다 무시하고 주식을 샀다. 상황이 바뀌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런 예측을 “타인에게 말할 때”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다. 방향성을 바꾸는 건 문제가 있을 때 당연히 해야만 하는 건데, 남이 보기에는 “얘는 왜 틀린 말만 하지? 왜 틀려놓고 뻔뻔하지? 사기꾼”이 되어버린다.

내가 블로그 방향성을 이야기할 때 책임감 없게 말했던 건 아니다. 단지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굳이 이 외진 곳까지 찾아와서 봐주는데, 내가 이 정도는 설명해줘야하지 않을까. 왜 이렇게 변하는지.

그런데 나는 내가 내린 결론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바꾸게 될 거다. 그러니,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경을 안 쓰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지킬 수 있는 발언만 신중히하는 건 불가능하다.

천 만원이 넘는 돈을 가지고 있어도 신중하게 결론내리지 못 하고 손해를 보고, 회사에서 그렇게 서류 꼼꼼하게 작성하라고 해도 나는 못 한다. 2-3천만원 걸려있어도 신중해질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고작 회사 서류 따위에 신중해질 수 있을까? 내가 10억, 20억, 혹은 100억, 1000억짜리 공사를 진행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 정도로 중한 계약서 최종 수정은 회사 내 법무팀이 해야하지 않을까? 나는 고작 평균 100만원, 커봐야 몇 백 만원, 진짜 커봐야 몇 천 만원밖에 안 하는 작업을 할 뿐인데.

그런데 블로그에서는 어떻게 신중해질 수 있을까..

블로그 뿐만 아니라 다른 공간, 다른 무언가들조차 말이다.

굳이 블로그 이야기를 했던 건,

다른 무언가는 그저 내 감정을 남에게 표시하고 싶어서 했던 행동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걸로 뭐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 나도 상대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어서 한 건 아니고 그냥 내 생각, 내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서 했던 거니까.

게임을 접을 거라던가 그런 이야기는 타인을 생각하고 말한 게 아니라 나의 감정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연애 때문에 징징거리는 사람처럼.

다만 블로그에서 그런 행동을 한 건 내 감정을 드러내야한다는 생각보다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란 얘기다. 사실 설명한 의무라는 단어도 포장한 단어고, “변명”이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민폐끼치는 일이니까. 적어도 왜 그렇게 했는지조차는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악영향이 훨씬 커보인다.

내가 제대로 된 방향성을 잡지도 못 하는 사람인데, 굳이 일일이 설명해봐야 나중에 또 엎을 거 설명을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 같은 병신 행동이라도 설명하고 뒤집는 게 오히려 더 힘 빠지는 행동이니까. 그게 어떤 이유가 되었든.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해도 결국 힘 빠지는 행동일 뿐이다.

잘못된 신념으로 잘못된 행동을 열심히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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