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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차이

최근에 드는 생각은, 결국 아무리 친했던 사람이라도 수준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 서로 같이 지낼 수 없다는 생각이다.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피부로 와닿으니 느낌이 다르다.

우리가 롤을 할 때 티어 차이가 두 티어 이상 차이가 나면 같이 게임을 하기 힘들다. 여기서 말하는 티어는 조금 다른 의미의 티어다. 내가 몇 번 말했었는데, 실버3-4와 실버1-2에 벽이 하나 있고, 골드1-2와 골드 3-4 사이에 벽이 하나 있다. 그러니까 실버 2.5와 골드 2.5에 벽이 하나 있다. 그리고 플래 2.5 즈음에도 벽이 하나 있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티어를 나누면 (브론즈는 나도 모르겠다)

다이아1 / 다이아 2-3 / 다이아4-플레2 / 플레3-골드2 / 골드3-실버2 / 실버3-4

이렇게 나누면 “플레4, 골드4” 이런 사람들이 억울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플레4, 골드4, 다이아4에 주차하고 게임을 제대로 더 이상 안 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새로운 “티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골드1에서도 쉽게 이기는 사람은 절대 플레4에 정차하지 않는다. 반대로 골드1에서 힘들게 올라왔을수록 플레4에서 멈춘다. 때문에 골드1과 플레4의 수준 차이가 나기 어려운 거다. 19살과 20살의 경계와 다를 게 없다. 변한 건 하나도 없는데 단지 나이가 성인이 되었을 뿐.

그래서 진짜 티어를 나누려면 내가 나눈 방식으로 나눠야한다. 그리고 내가 플레이를 했을 때도 수준차이가 저 구간에서 많이 난다. 내가 골드3구간에선 대충 해도 라인전을 진다 정도까진 아닌데, 골드1까지 올라가면 라인전이 버겁다. 즉 골드3와 골드1은 엄청나게 큰 괴리가 있단 의미다. 반면 실버1과 골드3은 큰 차이가 없다.

이 벽에 따라 “게임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느냐”가 드러난다. 이건 시즌2때 분류되던 방식인데 당시 이런 얘기가 있었다. 1200이면 OP 챔프가 뭔지도 모르는 친구, 1500이면 OP 챔프가 뭔지는 아는 친구, 1800이면 딜템을 올리지 않아도 센 OP 챔프가 뭔지 아는 친구 이런 식으로 나뉘어져있었는데 이게 게임이해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지금이야 상향 평준화되서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이런 거처럼 티어별로 의외로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차이가 발생한다. 그 벽을 넘으려면 그 이해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요새 이걸 판단하려면 다이아라도 찍어볼려면 게임 전반적인 운영은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이니시가 되는 각인데도 사람 수가 적다고 이니시를 못 거는 사람은 다이아를 찍을 수 없고, 반대로 사람 수가 적어도 그 각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사람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때문에 정작 다이아가 실골이랑 같이할 때 “넌 왜 항상 던져?”라는 말을 듣는 거다. 실골에겐 그 각이 안 보여서 걔가 영웅병 걸려서 던지는 거처럼 보이거든.

잠시 티어에 대한 잡설이 길었는데

여하튼 여기서 벽을 2개 이상 초과할 경우 그 사람들과는 게임을 같이 하기 힘들어진다. 예를 들어 골드3인 사람이 플레2인 사람과 노말에서 파티 플레이를 하면 엄청나게 버겁다. 반면 골드1인 사람은 플레2와 해도 그렇게까지 버겁진 않다.

파티를 짜면 평균 MMR로 잡아주는데, 문제는 평균 MMR이라는 건 상대가 모두 플레가 잡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다이아가 섞여있으면 상대에도 다이아가 섞여있다. 즉, MMR이 높은 사람이면 상대 MMR도 높은 사람이 껴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제일 불합리한 건 VS 플레2 상대로 골드3가 상대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이미 게임 이해도가 두 단계나 차이나버리기 때문에 상대가 주 포지션이 아니라도 라인전을 이기기도 어렵고 합류, 백업 등에서 차이가 나서 힘들다.

상대가 극단적으로 주포지션만 잘하는 타입의 유저면 비벼볼 여지가 있지만 이러나 저러나 대개 힘들다. 특히 게임 시작 전부터 티어 확인하고 혼자 먼저 쫄아서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이길 게임도 지게 만드는 원흉이다.

그래서 같이 플레이를 하지 않아야 한다. 티어 차이가 많이 나면. 대개 티어 차이가 많이 나면 고티어가 바라는 플레이가 있고 저 티어가 바라는 플레이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여기서 마찰이 생기면서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잘 하는 사람은 쟤가 사람답게 못 한다고 성질을 부리고, 못 하는 사람은 자기가 힘드니까 성질을 부린다. 서로 예의를 갖춘다면 성질까진 부리진 않겠지만(샷건 칠 정도로 제어가 안 되는 사람은 정신병이 있는, 주변 사람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어찌됐든 힘들다는 생각이 누적되기 시작하면 은근히 날카로워진다. 이 때문에 서로 상처를 주게 된다. (일반적으로 잘 하는 쪽이 상처를 주게 된다)

게임에서조차 이렇다.

누군가는 팀이 못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아하고, 누군가는 자기가 팀원을 못 따라가니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잘 하는 애가 별 말 안 했는데도 못 하는 애가 자격지심 때문에 자기를 못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고 화를 내게 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못 하는 애는 열심히 하는데도 잘 하는 애가 스트레스를 받아 화를 내거나 비아냥거릴 수도 있다.

그런데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다.

다들 학생일 땐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않았다. 명문대생이어도 딱히 돈을 더 벌지는 않으니까. 내 주변에 금수저가 있지도 않고, 있다고 해도 어차피 학생이라 크게 눈에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직장인에 들어서면 초반에는 차이가 나지 않다 점점 차이가 나는 거 같다.

처음에는 딱히 차이가 나도 잘 느끼지 못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삶에 만족을 하면서 예전과 같은데, 누군가는 그 수준을 못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나도 나쁘지 않게 살았는데 얘가 반도체 등의 잘 나가는 업종에 취직하면서 FLEX하면서 사는 걸 보게 될 수도 있다.

그걸 보면 생각보다 힘들다.

10년 넘게 지낸 사람들은 “좋아하는 감정”이 사실 그렇게까지 많이 남아있지 않다. 친하고 익숙하니까 지내는 거지, 상대의 행복한 일상까지 축하해줄 정도로 마음을 넓게 쓸 수가 없다.

물론 지금까지의 친분으로 지내기는 잘 지낸다.

그런데 문제는 가까이서 보고있기가 힘들어진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4천만원을 찍었다고 해보자. 잘 사는 사람은 비트코인 4천만원에 대한 얘기를 농담처럼 꺼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농담을 받아들여야하는 나의 입장으로는 그닥 달가운 기분은 아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우울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와 징징댈 확률도 높아진다.

나도 상대에게 징징대거나 우울한 얘기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고, 상대도 그런 걸 듣고싶지 않기 때문에 내가 징징거린다고 하더라도 대충 스윽 흘려버린다. 내 징징거림을 받아주는 게 아니라 읽은 채도 안 하고 넘어간다.

원래 잘 하지도 않지만 가끔 리미트 풀려서 해버렸을 때조차 무시를 하니 사실상 안 한 행동과 같다. 그런데 정말 지혜롭게 흘린 거지만 그런 부분을 전혀 안 받아주면 은근히 내상이 쌓인다. 무시를 해서 내상이 쌓인다기보다 이런 나의 모습은 안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알게모르게 부담감이 생기고, 내가 이 공간에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쌓이기 시작한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고 나도 상대를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점차 “어울리지 못 하는 느낌”을 받게 되고, 나도 어울리다가는 실수하겠다 싶어 거리를 두게 된다.

단톡에 자꾸만 있어봐야 우울한 소리나 할 거 같으니 단톡을 나오는 일처럼 말이다.

결국 수준 차이가 나면 순수하게 어울리기 어려워진다. 상대가 앞으로 가면 나도 따라가야만 한다. 그게 안 되면 오래 지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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