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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를 하는 이유

나는 자해를 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도대체 왜 자해를 할까?

중2병 걸려서 팔목에 칼로 살살 모양 내면서 그림을 그리는 정도는 호기심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적에 호기심으로 한 번 살살 문신 그리듯이 그려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긋는 게 아니라 달고나 모양내듯이 살살 하다보면 모양새만 살짝 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오래 안 가고 금새 사라진다. 껍질만 살짝 벗긴 수준이니까 종이에 베인 거랑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아예 손목을 긋는 자해는 날로 세게 긁는 행위고 피가 엄청 많이 나는 행위다. 아프기 때문에 장난이나 호기심으로 할 이유가 없다. 허세나 중2병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은 절대 아니다. 정말로 자기 자신을 아프게 해야할 만한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나는 자해를 하고싶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으니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자해를 할까.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틀릴 수도 있다. 단지 내가 오늘 느낀 감정에 대해서 말하는 거니까, 틀릴 수 있다 분명. 염두해두고 읽어주길 바란다.

내 최근 글을 많이 본 사람이야 알겠지만 나는 최근 정말로 상태가 좋지 않다. 살면서 정신과를 가볼까 고민한 적이 별로 없는데 몇 주 전부터 멘탈 상태가 좋지 않아 정신과라도 가봐야하는 걸까 고민하고 있다. 너무 우울하고 지친다.

사소하다면 정말 사소한 일들인데 내 멘탈을 너무 많이 갉아먹는다.

여하튼 최근에 지쳐있고 몰려있는 상태인데, 이러한 환경에서도 나의 멘탈을 강하게 긁는 사람을 만나게 될 수가 있다. 이게 살다보면 별 거 아닌 일인데 정말 기분 나쁘게 말하는 사람도 있고 그게 나와 크게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 내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어렵고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오히려 더 나쁘게 돌아올 수도 있는 종류의 사람도 있다. 예를 들면 부모나 직장상사, 선생, 학교 친구, 군대 선임 같은 사람들.

그런데 이게 상대에게 있는 그대로 다 질러버리고 좆까 씨발아 라고 할 수 있으면 괜찮은데, 지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위에 언급한 직장상사, 군대 선임 같은 사람들에게 지르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그럼 밖으로 뱉아야 할 말이 내 속에서 맴돌게 되는데, 속으로 들어온 걸 어떻게든 풀어야만 한다.

다른 사람을 희생양 삼아 갈구면서 분출하던지 어떤 방법으로라도 내가 화를 풀 수 있어야만 한다. 트위터에 개씨발인생좆같다존나씨발개새끼들존나씹 이런 의미없는 욕을 주구장창 써도 좋고 블로그에 써도 좋고 아니면 갈대밭 가서 땅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해도 좋고 뭐든 좋다. 분이 풀리기만 하면 된다. 롤을 할 때 트롤한테 참지 말고 개씨발애미창년새끼야 말하는 일이나 아니면 내가 매일 디스하는 행동이지만 키보드 내려치는 샷건이라도 쳐서 분풀이를 어떻게든 하면 자기 속은 풀리게 된다.

그런데 이 모든 걸 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내가 당장 모니터를 부수고 싶지만 모니터는 비싸고 다시 사기엔 돈 아까워 못 한다. 뭐라도 부수고 싶은데 돈 아까워서 못 하고 어디 가서 패악질이라도 부리고 싶은데 부릴 사람도 없다. 당사자한테 개지랄을 하자니 개지랄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술이라도 마실려니 건강 상태가 안 좋고 뭘 생각해도 할 만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밖에 나가서 뛰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건전한 행동은 별로 안 풀릴 거 같고, 누군가에게 찡찡대고 싶은데 내가 평소 했던 말이 있는데 남에게 찡찡댈 수도 없고 해봐야 민폐일 뿐이고 트위터에 쓰자니 요새는 트위터에 그런 거 안 쓰는 게 맞다 생각해서 진짜 진심으로 강하게 쓰는 건 못 하고, 블로그에도 요새는 있는 생각 그대로 다 뱉어내는 게 아니다 보니까 남에게 보일 걸 생각하고 쓰다 보니 못 한다. 지금처럼 이렇게 정제해서 말하는 거 밖에 못 한다.

그럼 남은 건 단 하나다.

나 자신.

주전자가 열을 받으면 물은 증기로 바뀐다. 쌓이는 증기를 분출할 구멍이 필요한데, 주전자에 구멍이 없다고 생각해봐라. 밥솥인데 증기구멍이 없는 밥솥이다. 구멍이 없다보니 증기는 계속 쌓이고 폭발 직전의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 상태에서 어떻게든 증기를 빼야하는데 증기를 뺄 방법이 없으니 결국 주전자는 열을 더 받다 결국 터진다.

주전자가 폭발하게 되듯이 결국 자해를 하게 된다. 자기 자신의 팔을 날붙이로 강하게 그어버릴 수도 있다. 너무 화나니까 뭔가 어떻게든 풀긴 풀어야하니까 그런데 주변에 날붙이와 자기 신체가 보인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저질러버릴 수 있다.

물론 나는 자해를 하지 않았다. 아프니까.. 단지 한 번 충동적으로 떠오르기만 했을 뿐이다. 너무 귀여운 사람을 보면 강간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듯이. 대부분의 사람은 강간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강간을 실행하진 않는다. 이성으로 버티다보면 충동적인 감정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다시 내려간다.

하지만 평소에 정말로 분출할 장소가 없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일상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만성적으로 우울한 사람이라면 자기 팔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자해의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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