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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트 테스트

‘테이스트 테스트’가 완성된 것은 작년이었다. 하지만 테이스트 테스트의 목적은 아동 성범죄 예방이라는 목적뿐이다. 전반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떠랴. ‘페도필리아’라는 단어가 사어가 되었는데 말이다. 많은 이들은 만족했다.
아무 죄도 짓지 않았고.
어린이들에 대한 욕구도 불태운 적이 없는.
테스터들만 제외하고.

그는 테스터였다. 그가 테이스트에 갇힌 이유는 테이스트 테스트에 걸렸으니까, 그 뿐이었다. 그는 살면서 어린이 영상을 보며 성욕을 불태운 적도 없었고 음흉한 눈으로 바라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테스트에 걸렸다. 걸렸으니 테이스트 테스트를 받아야했다. 큰 문제는 없었다. 테스트를 거치고 음성으로 판정나면 그만이었다.
음성 판정.
그것은 무죄를 의미한다.

테이스트. 5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밀폐된 방. 불그스름한 벽지. 붉은색만 계속 보고 있으려니 골이 아파온다고, 그는 생각했다.
단편적인 생각으로 그쳤다. 생각을 비워야했다. 머리에 생각이 많을수록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옆에 달라붙어있는 소녀는 성적 자극에 충분했다.
롱 티셔츠를 입은 어린 소녀.

테이스트 테스트. 테스터의 취향에 부합하는 외모로 자라게 될 어린 소녀와 테이스트에 넣는다. 아동 인권에 대한 문제는 없다. 어린 소녀는 겉이 복제 인간이고 속은 조작된 프로그램이다. 인권을 내세울만한 것이라면 복제 인간에 대한 그런 것뿐이다. 그건 과거에 이야기가 다 끝났다.

누군가는 쉬운 테스트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로 복귀하는 사람은 5푼도 되지 않는다. 붉은 벽지에 정신이 흐려져 가는 사람이 2주일 가까이 어린 소녀를 가만히 둘 수 있을까? 첫 날에는 가만히 둘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첫 날일 뿐이다. 날이 지날수록 테스트는 강도가 높아져간다. 노출도가 상승한다. 일주일이 넘으면 티셔츠 한 장이 전부가 된다. 더 진행되면 몸에 달라붙는다. 가슴을 드러내기도 하고 다리를 벌리기도 한다. 말투도 애교를 넣거나 자극적인 단어들을 주로 사용한다.
그건.
많은 사람들에게 무리였다. 테스터들은 엄선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니 당연하다. 그런 사람들이 이곳에서 버티기란 쉽지 않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하루만 더 버티면 되지만.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소녀는 그에게 매달렸다. 그의 허벅지를 목마삼아 앉아 그를 안았다. 목을 휘감았다. 소녀의 상체가 그의 상체에 닿았다. 유두의 감촉이 전해졌다. 배의 감촉과 허리의 밋밋한 라인이 느껴졌다. 그는 침을 꼴깍 삼켰다.
“저기, 좀 떨어져… 제발.”
“네?”
소녀는 팔을 풀었다. 맞닿고 있던 볼을 떼어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소녀는 그를 보았다. 그는 할 말이 없었다. 소녀에게 어떤 말을 해도 일정 범위 이상은 알아듣지 못 했다.
“아니, 그러니까… 내 몸은 건들지 마.”
“에…? 이렇게 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소녀는 그의 허벅지에 손을 갖다 댔다. 그는 얇은 천으로 된 사각 팬티와 티셔츠밖에 입고 있지 않았다. 소녀의 손은 큰 자극이었다. 손은 허벅지를 타고 중심부로 향했다. 팬티 끝자락에서 안으로 파고들지, 밖으로 기어올지 고민하듯 멈추었다. 천을 타고 기어오기 시작했다. 천은 너무나도 얇았다. 다 벗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움찔움찔.
철수시켰던 텐트가 솟아있었다. 그는 자신의 성욕을 탓했다. 성욕이 원망스러웠다. 그는 13일 전, 테이스트로 들어오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 “‘소녀가 어떤 짓을 해도’ 참을 수 있다.” 그리고 소녀들에게 발정하는 자들을 욕하기도 했다.
각오와는 달랐다.
자신이 그 짝이 되었다.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었다.
“젠장…….”
그는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아무런 일도 아닌 양 접촉했다. 소녀의 장난감이 된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장난감은 소녀의 행동을 그대로 받아줄 것이다. 성욕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는 힘들었다. 성욕을 폭발시킬 것인지, 참고 버텨서 사회로 돌아갈지를 고민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지만 후자를 원했다. 그렇기에 힘들었다.
생각을 비워야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소녀에게 눈길이 갔다. 하지만 생각을 비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소녀를 보며 원망했다. 왜 아무 죄도 없는 내가 테이스트에 갇혀야 하냐고 원망했다. 왜 테스터가 되어 테스트를 받아야 하지? 애초에, 이런 시스템으로 시험을 한다면 그 어느 멀쩡한 사람이라도 이상하게 되는 게 아닌가? 누군가의 음해다. 감옥에 가두기 위한 음해다.
소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원망이 커졌다.
원망.
‘원망’은 자신이 원망하는 것으로 향하지 않았다. 사회의 흔한 현상처럼, 구체화할 수 있는 약하고, 가까이 있는 대상으로 향했다. 그의 주변에는 소녀뿐이다.
원망은 이내 성욕으로 변질된다.
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하는 것은 한 순간.
주전자에 뚫린 구멍이 없다면 언젠가 폭발하듯이.

그는 소녀의 어깨를 잡았다. 꽈악. 아읏, 하는 소녀의 신음이 울렸다.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침을 꼴깍, 삼켰다. 소녀는 그를 보며 왜 그러냐고 말하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괜찮아?”
소녀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듯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안 된다고, 그는 되뇌었다. 되뇌는 것이 전부였다. 그는 소녀를 건드릴 작정이었다. 13일 동안 버텼던 끈기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같았다.
언제,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이나 했냐고.
그는 소녀를 눕혔다.
건드릴 작정이었다.
건드릴 것이었다.
건드린다.
그는 다시 침을 꼴깍, 몇 번이고 삼켰다. 가슴이 쿵쾅댔다.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몇 번이고 심장이 말했다.
“미안해. 용서해줘.”
그는 말했다. 소녀에게 용서를 구했다. 법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녀에게라도 용서를 받고 싶었다. 종신형으로 들어가게 되면 볼 일도 없을 것이지만, 용서를 받아야 할 것만 같았다.

소녀는 웃었다.
맑은 웃음이었다.
“당연한 거예요. 제 일이니까…….”
“…….”
그는 맥이 빠졌다. 흥분했었던 마음이 수그러들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소녀의 한 마디가 너무 편안했던 걸지도 모른다. 이성이 돌아온 걸지도 모른다. 여러 가설이 떠올랐지만 어느 하나를 지목할 수 없었다.
수그러들었다.
그것뿐이었다.
왜?
그는 알 수 없었다.
텐트도 온데간데없었다. 언제부터 있긴 했냐고 묻는 것 같았다.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고개를 몇 번 갸웃하고 그에게 다시 달라붙었다. ‘일’을 하기 위해 달라붙는 것이다.
그는 흥분이 되질 않았다.
일, 이라는 그 말이 너무 사무적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것이라고 답할 수는 없었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연이어 다른 생각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지막 하루는 그런 생각들과 함께 흘러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테이스트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한 달이 지났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했다. 캄캄한 거실에 들어서고 스위치를 눌렀다. 불이 들어왔다.
그는 옷을 벗고 팬티차림으로 소파에 누웠다. 텔레비전을 틀었다. 테이스트 테스트를 받기 전만 해도 재미있었던 프로그램들이, 지금은 재미가 없었다. 한 달 째 지루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극적인 걸 원했다.
자극적인 것.
뇌리에 남아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소녀와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는 하루 24시간 중 10시간 이상을 소녀를 상상하는 것에 할애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테이스트 테스트를 받는 일은 없었다. 테스터로써 통과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테이스트 테스트는 그를 건들지 않았다. 테스터에 몇 번이고 잡혀도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으로써 넘어갈 수 있었다. 그에게 날아올 화살도, 날아온 화살도 없었다.

그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옷을 입기 시작했다. 밖에 나갈 셈이었다. 아직 컴컴한 저녁이었지만 늦은 시각은 아니었다. 겨울이라 어두운 뿐이다.
그는 집에서 가까운 위치의 학원 건물을 찾았다. 1층을 제외하고 2층부터 6층까지 전부 같은 학원인 듯했다.
시계를 보았다. 6시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생은 대부분 아까 전에 갔거나, 또는 조금 있다가 나올 것이다. 오래된 관찰로써 그가 습득한 정보였다. 정보와는 상관없이 그가 기다리는 초등학생은 한 명 뿐이었다. 한 명의 소녀를 기다렸다. 소녀는 매일 보충을 하다 가는지, 매번 6시가 넘어서야 학원에서 나온다.
참고로, 그가 목적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소녀를 발견한 것도 어제였다. 그 동안 불특정 다수의 소녀들을 감상했었지만, ‘소녀’를 발견하고부터는 다른 ‘꼬마 여자애’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2012년 작성. 모 갤러리 내의 소규모 대회(이벤트)에 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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