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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쓰지 않기

글을 억지로라도 쓰고싶어질 때가 있다. 어떻게든 쓰면 되지 않을까 시도할 때가 있다.

생각없이 꾸준히 계속 쓰는 게 무조건 좋다. 그리고 글을 쓰지 않다보면 정말로 쓰지 않게 되버릴 때도 분명 있기 때문에 버릇처럼 쓰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쓰면 되도 안 하는 결과물만 지속적으로 나오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말한다는 건 내 곳간을 내어주는 행위와 같다. 하지만 내 곳간은 무한하지 않다. 내가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생각이 있어야하는데 보충되는 시기보다 내어주는 시기가 더 빠를 때가 있고 그러다보면 바닥이 날 때가 있다.

그런데도 쓰고싶을 때가 있다. 내가 할 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쓰고 싶다고 매달릴 때가 있다. 당연히 진전되지 않고, 그저 계속 해보려고 노력만 할 뿐이다.

이는 잘못됐다.

대화가 없어 어색하다는 이유로 할 말이 없는데도 억지로 이야기를 꺼내면 불편하기만 할 뿐이다. 우리는 침묵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렇듯이 할 말이 없는 상황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글은 대화와 달리 어색한 기류조차 흐르지 않는다.

눈치를 봐야 할 이유가 없다.

무엇이 강박을 만드는가? 독자가 떠나갈까봐 불안해하는 마음? 어느 유튜버는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씩 영상을 올려도 구독자에게 사랑을 받는다. 나키리 아야메는 방송을 그런 식으로 밖에 안 하는데도 좋아해주는 팬이 많다.

내가 가게를 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손님이 떠나가진 않는다. 거리가 멀어지면 기억속에서 잊혀질 수 있고, 다른 가게에 손님을 뺏길 수도 있지만, 신선한 재료를 구할 수 없는데도 어떻게든 재료를 구해 요리를 내어줄 때가 더 치명적이다.

영원히 신선한 재료를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요리를 못 하고 장사를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돈 때문에 장사를 해야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떠오르는 게 없다고 글을 그만두어야 하나요?”

그만두어야 한다.

특별한 일이 있다고 글을 써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그만두어야 한다.

아무 일 없을 때조차 글을 써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야지, 그런 사람이 되지 못 했는데 억지로 쓰면 안 된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은 나와 달리 특별한 일이 매일 있어서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아니다. 삶에서 경험을 꾸준히 기록하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항상 쓸 수 있게, 매일 관찰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매일처럼 쓸 수 있을 뿐이다.

나는 그러지 않았을 뿐이고, 많은 사람이 그러지 않았을 뿐이다.

매일 쓰는 행위가 억지로 쓰는 행위는 아니다. 단지 억지로 쓰는 사람이 꾸준함을 위해 매일 억지로 쓰려고 하는 행위가 문제일 뿐이다.

억지로 쓰기 싫다면 평소에 꾸준히 쓰기 위한 관리를 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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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망가져가는 느낌

고등학생 때 야구를 많이 봤었다. 그런데 당시에 그런 얘길 들었다. 타자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노화가 시작되는 나이는 27살 무렵이라는 이야기였다. 딱히 의학적인 정보를 습득한 건 아니지만, 그 때 이후로 27살에 노화가 되는구나 하고 믿고 살아왔다.

그런데 그 말은 틀린 것 같지 않다.

몸이 축나기 시작한다고 느껴지는 시기가 26살 겨울 무렵부터였다. 몸이 축난다는 말은 갑자기 고장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탈모가 시작되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고추가 죽는(안 서는 게 아니다) 등 사소한 부분에서 문제가 시작됨을 말한다.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운동을 안 해서 빨리 늙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건 딱히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하고픈 말은 망가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할 때의 기분이다. 그 전까지는 “죽어간다”라는 느낌보다는 “시간을 허비한다”라는 느낌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몸이 축나기 시작하면서 죽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폐경이 시작되면 우울증이 온다고 그러지 않나? 그 우울증의 원인과 노화가 시작되는 시기의 우울감은 유사한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평소에 몸 관리를 잘 한 사람이라면 썩어간다는 느낌이 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관리를 전혀 안 하는 수준을 넘어서 거의 쓰레기처럼 지냈기 때문에(지금도 쓰레기기 때문에) 죽어간다는 느낌이 확 체감된다.

20대 후반부터는 죽어간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심근경색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곧 저렇게 될 것만 같다. 나도 위험하겠구나 싶다. 김정은이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을 때 아 나도 저렇게 되겠는데? 싶었다.

패배감

위 글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니네이발관 리더였던 이석원이 어느 날 문득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섬뜩한 자각’을 느껴서 5집을 냈다고 하는데, 나는 그게 도대체 뭔 소린가 했는데 요새는 조금 알 거 같다. 존-나 건강했던 몸이 점점 축나기 시작하면 나도 그냥 부질없는 한낱 평범한 인간이었구나 같은 생각도 들고, 내가 나이를 먹고 먹어도 잘 나가긴 커녕 비루함의 끝을 달리는 사람이라 나 자신을 생각할 때마다 진짜 하찮은 사람이구나 같은 생각도 든다.”

쓰레기처럼 살아도 건강했던 이전에는 뭔가 특별한 사람인가 싶었는데, 이렇게 똑같이 축나고 있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니 한없이 쪼그라든다.

그렇다고 건강관리를 해야한다고 하면, 솔직히 그걸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못 하겠다.

그리고 이렇게 살면 5년 이내에 죽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옛날 사람들이 왜 50, 아니 40도 못 넘겨서 죽었을까. 그거야 건강관리라는 게 없던 시절 자연에 몸을 맡기고 살아온 사람들이었으니까.. 나도 별 생각없이 지내면, 현대의학을 무시하고 지내면 옛날사람과 다를 바 없으니 40 이전에 죽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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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을 왜 좋아하지? (해답편)

프로필 왜 좋아하지? 라는 글을 썼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주었던 친구에게 좋은 답변을 받았다.

독자가 글을 볼 때, 화자를 생각할까? 화자가 아무리 자신의 삶을 이야기를 하더라도 독자는 화자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떠올린다. 글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자극 대부분이 그렇다.”

듣고 “오”하고 감탄했는데, 듣자마자 내가 받아들인 여러 요소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최저가보다 비싸도 잘 팔 수 있었던 이유(임병훈 2부)” 이 영상은 쇼핑몰에 관한 이야기지만, 제품 리뷰 1점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보면서 내가 처음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개같은 제품 받았으면 정말 열심히 리뷰 써서 1점 테러를 해야 보복을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저 사람은 쇼핑몰을 관리하고 고객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햐 역시 예의차리면서 사는 사람보다 개판치고 깽판치고 어떻게든 맥일려고 하는 추잡한 행동을 해야 뭐든 돌아오는구나 라고 받아들였다.

물론, 저 영상을 봤을 때 화자의 생각도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지만, 내가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방금 말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크게 느낀 점은 “쇼핑몰 제품을 파는 방법”이 아니라 “제품이 아니라 철학을 파는 이야기”이라고 했던 (1부에서 언급되었던) 부분이었고, 내가 그걸 들으면서 느낀 점은 전에 써놓았다. 철학을 담아 팝니다 글을 보면 알겠지만 처음에 글에 관한 얘기만 잔뜩 써놓았다.

“철학을 담아 팝니다” 중에서

결국 나는 “나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 독자가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착각했다.

내가 작성해둔 글이 타인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전해준 건 사실이지만, 독자가 긍정적으로 생각한 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 대해 생각한 부분이다. 내 글은 생각을 떠올릴 “계기”였을 뿐이고, 그 후 독자가 자신에 대해 고민한 부분이 긍정적이었다. 장점에 관한 글이었다보니, 자신의 장점을 되돌아보는 경험을 주었다던가 그러한 방향이었을 거고(내가 그 사람이 아니니까 그건 모르지만), 그래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큰 깨달음? 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글을 쓸 때 어느 부분을 집중해야 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

위 언급한 영상에서도 제품이 아니라 “철학”을 담아판다고 하고, 예전에 망한 사업가의 인터뷰에서도(사업하다 망하긴 했지만 원래 세일즈로 실력이 있던 사람) “제품을 사라고 하면 안 산다. 제품을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상상하게 해줘야’ 제품을 산다”는 말을 했다.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결국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계기로 삼아 자신의 관점에서 상상을 하게 되기 때문에, 타인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타인이 자신에 관해 고민(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한다.

상대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고민하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이를 깨닫는다고 해서 어떻게 노려서 글을 쓸 수 있단 얘긴 아니고, 결국 담담하게 내 얘기를 하는 게 전부다. 그리고 내 글은 계기일 뿐이기 때문에 이를 너무 심도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저 내 경험 남이 겪을 만한 경험 남이 할 생각을 편하게 써나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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