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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 욕구

살다보면 잠수 욕구를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어릴 땐 실제로 잠수를 탄 적도 몇 번 있고, 덕분에 인간관계를 거의 날리다시피 한 적도 몇 번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행동을 잘 하지 않게 되긴 했지만, 가끔씩 블로그에 CLOSE 팻말을 걸어놓듯이 행동하게 될 때가 항상 잠수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을 때다. 블로그를 10년도 넘게 했지만 남아있는 블로그가 없다시피한 이유기도 하다. 그나마 2015년 이후부턴 아카이브는 따로 남겨놔서 기록은 가지고 있지만.

살다보면 종종 혼자 있다는 감각을 느낄 때가 있다. 타인과 말하고 있을 때 혼자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SNS를 하고 있어도 혼자 벽에다 대고 말하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고, 블로그를 해도 벽에다 대고 말하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실제로 혼자 말하고 있다는 얘긴 아니고, 어떠한 상황으로 인해 타인에게 말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연예인의 자살은 항상 인기가 절정일 때보다는 인기가 점점 하락할 때 발생하게 되는데 나는 이 때문에 연예인의 자살이 악플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연예인의 악플은 인기가 절정일 때 가장 많다. 하지만 왜 악플이 절정일 때 자살하지 않고 항상 인기가 감소하거나 점점 대중에게 묻힐 때 자살할까? 아파트도 한 채 정도는 이미 뽑고도 남았을 연예인들이 말이다. 못 벌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는 있을 사람들이 말이다.

세상에서 사랑받지 못 한다는 느낌, 혼자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진짜 혼자 있는 게 아니더라도, 점점 인기가 하락하고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이 없어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걸 보는 일이 생각보다 사람을 외로워지게 만드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악플이 문제가 아니라, 댓글이 줄어들고 조회수가 떨어지는 작품이 되는 듯한 기분을, 이 작품의 생명이 끝났다는 걸 느끼듯이 나 자체의 생명이 끝났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나는 그런 감정을 종종 느낀다.

물론, 나는 연예인과는 다르기 때문에 “너는 원래 관심을 받은 적이 없잖아?”라고 물을 수 있다. 그런데 인기의 많고 적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혼자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얼마 전에 “요새 학폭은 이렇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다. 거기에 봤던 말은 그다지 인상깊지 않았는데, 왕따가 아니라 은따 형식처럼 되어있다는 건 신기했다. 걔가 말을 하면 일부러 반응하지 않는 등의 행태를 보이는 일.

벽에 말하는 기분이지 않을까?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애정이라는 건 정말 유동적인 거라서, 언제는 하늘을 치솟을 듣한 호감도 언제는 바닥을 길 듯 떨어진다. 내가 처음엔 어떤 버튜버를 많이 좋아했더라도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 거처럼, 결국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감정의 유통기한은 너무나 짧다. 못 난 사람일수록 유통기한은 더 짧아진다.

가끔씩 벽에다 대고 말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때는 세상에 혼자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러면 문득 사라지고 싶다.

죽고싶다는 비유가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으로 돌아가도 좋고, 어디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무인도에 떨어져도 좋고, 시베리아 벌판 어딘가여도 좋다. 어차피 혼자라면 정말로 혼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살고 싶다는 욕구가 문득 들곤 한다.

그런 곳에서 혼자 사는 일이라는 건 돈이 많이 들고 나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며, 애초에 사람이라는 건 외로움을 타는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서 지내지도 못 할 확률이 높다. 그냥, 그런 욕구만 느낀단 얘기다. 실제로는 하지도 못 하고 할 수도 없으면서.

어릴 때 부모에게 미움 아닌 미움을 받다보면 그렇게 미우면 집에서 사라져줄게! 하면서 가출과 같은 일을 저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듯이, 혼자 있단 느낌을 받다보면 그렇게 필요없다면 정말로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가출이 의미없듯이, 이러한 욕구도 의미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이상 저지를 생각은 없지만 욕구가 느껴지는 일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그러한 욕구가 강할 때는 결국 행동으로 티가 나게 된다. 불안한 사람 중에서 손톱을 물어뜯는 사람도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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